눈,눈,눈(雪)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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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경펜션 작성일15-07-01 14:42 조회3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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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난 해 인것같습니다. 지겹게도 내리는 눈 때문입니다.
마치 자연에 대해 무시하고 깔보는 인간들에 대한 경고의 메세지를
주는것 같습니다. 오늘도 또 내리고 있습니다.

뒷집 할머니 여기 시집온지 오십년동안 이렇게 많이 내린 눈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하루걸러 눈이 내립니다. 치우고 또 치워도 한도
끝도 없이 내리는 눈에 이젠 지쳤다고 들 말 합니다.

원경 골목마다 긴 터널이 생겼습니다. 내리는 눈을 치우고
치워서 골목길이 생기고 참으로 보기좋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차가 다니는 국도나 지방도는 잘 뚦려 있습니다.
밤낮없이 밀고 또 밀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동네 농사용 트럭타를 가지고 있는 리장님과 예린아빠는
사비로 기름 넣어가며 동네 어귀마다 눈을 치워 주고 있습니다.
겨울내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솔선하는 이런분들이 있어서
우리동네가 살기좋은 곳이 된 것같습니다.

수로원 아저씨들 또한 노고가 말이 아닙니다. 박봉에 추운날씨에
눈 치우고 모래뿌리고 하는일이 예년에 비해 몇배나 늘었습니다.
높은양반들 혈세받아 개인용돈으로 쓰는 무슨 무슨 경비
수로원아저씨 들에게 수당으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종일 눈치우는데 골몰하다보니 온 삭신이 쑤시고
아품니다. 그러나 잠 하나는 정말 끝내줍니다. 초저녁에
누우면 새벽까지 이내 자는 긴긴밤의 진미를 훔뻑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한대서는 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즐거워야 할 눈내리는 풍광이 지겨움으로 바뀌어지고
눈칠 생각이 고민거리로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연도 적당해야 즐길거리가 되는 모양 입니다.
과하게 내리거나 추우면 모두가 기피하는 원망거리의 대상이
되는것 같습니다. 산골사람들 집에 콕 틀어 박혀 도통 나오려
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눈속에 파묻쳐 이겨울을 이렇게 날려나
봅니다. 자연을 감읍하면서 말 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괜찮습니다. 산짐승들이 문제 입니다.
먹을 거리를 찾아 민가 마을로 내려오면 집집마다 기르는
개들한테 혼쭐이 납니다. 한낮에 개들과 산짐승들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동물의 왕국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길이 아니면 걸어다닐 수가 없습니다. 허벅지까지 쌓여있는
눈더미에 잘못하면 헤어나기 힘들어 애를 먹기도 합니다.
그러니 짐승들이 살아가기 힘든 금년 겨울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우리동네 5일장 입니다.
겨우내내 집에만 있던 노인네들이 한분한분 버스 승강장으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깍지못한 흰머리가 예술가 같은
자태를 하신분, 독감에 혼이나 눈이 휑하니 들어가신 황골노인네,
할머니들과 먼산 따로 보며 한 버스에 오릅니다.누가 먼저날 것 없이
웬눈이 이리도 많이 오냐고 하면서 말머리를
끄집어 냅니다. 하루 네번밖에 들어오지 않는 시내버스가
노인분들에겐 바깥세계와의 유일한 대화 통로 입니다.

시장마당에서 고등어 한손사들고 막걸리 한잔으로 쌓였던
정을 듬북듬북 나누곤 합니다. 대화장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에 등장하는 바로 그 곳 입니다.

원경쥔장도 이따가 개량한복 싸매 입고 장에나 한번 나가볼까
합니다. 동네 노인들 만나면 순대국 한그릇 대접하고 막걸리도
한잔 따라 드릴려구요 - - - -!!

산골의 삶이 풍성한건 여적지 살아쉼쉬고 있는 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각박하고 치열하고 어려움 같은 단어들을 내려놓은
이곳만의 따뜻한 정이 있기에 좋습니다. 그런속에서 화려함,
행복함을 대신하고 인생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나 지났습니다. 터널같은 눈더미를 헤치고 나갈
시간이 된것 같습니다. 길고긴 겨울날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만이 넘치는 하루하루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계사년 일월 이십사일 강원도 평창군 금당계곡
원경펜션에서 주인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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